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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키의 역사

◈악기 Introduction

by ♣Icarus 2020. 2. 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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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배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몸통과 같은 음으로 조율된 두 현이 한 쌍을 이루는 복현 구조라는 점에서 만돌린과 매우 유사한 그리스의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 부주키는 플렉트럼을 이용해 현을 튕겨 연주하는 악기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악기 '부주키' 의 역사(19세기 이전,20세기 초,20세기 중반 이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9세기 이전


부주키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판두라(pandoura)이며.....기원전 4세기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다양한 종류의 류트(lute) 족 현악기들을 총칭하는 용어였던 판두라는 비잔틴 시대 동안 ‘탐부라스’(tambouras)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453년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고 400년 가까이 터키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전통 악기인 탐부라스를 ‘부주키’ 라는 터키식 명칭으로 변형하여 채택하였는데.....‘부주키’ 라는 악기 이름은 ‘깨진’ 또는 ‘변형된’이라는 의미를 지닌 터키의 악기 ‘보주크’(bozuk)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리스가 터키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 왕국이 수립되는 19세기까지 부주키는 터키의 보주크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통나무를 깎아서 만들거나 여러 개의 긴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여서 만든 두 가지 형태의 공명통(몸통)이 공존하였고.....프렛은 지판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거트 현을 목에 묶어 이동이 가능했으며.....줄감개는 나무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20세기 초


그리스의 전통 부주키가 정형화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은 1900년 경인데.....부주키의 공명통은 더 이상 통나무를 깎아 만들지 않고 여러 개의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들었고.....프렛은 이동 가능한 거트 현 대신 금속을 사용하여 지판에 고정시켰으며.....기타와 같이 금속 재질의 기계식 튜닝 헤드를 장착하였습니다. 또 현의 재질은 금속이고, 세 쌍의 복현으로 되어 있는데.....이러한 세 코스(course, 같은 음으로 조율된 두 개 이상의 현) 부주키를 트리코르도 부주키(trichordo bouzouki)라고도 불렀습니다. 당시 현악기 제작자들은 편의상 만돌린 같이 현이 여덟 개인 악기들처럼 이 트리코르도 부주키에도 여덟 개의 줄감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따라서 여덟 개의 줄감개가 있는 트리코르도 부주키는 줄감개 여덟 개 중 두 개에는 현이 감겨 있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 부주키는 기교적으로 즉흥 연주를 하거나 그리스 대중음악 레베티카(rebetika)를 반주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고.....특히 레베티카는 도시 하층민의 소외된 삶을 소재로 한 노래로, 마약과 매춘 등의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레베티카 반주에 사용된 부주키 역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악기로 인식되어 공식적으로 연주가 금지되기도 하였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20세기 초 그리스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면서 부주키 연주에 엄격한 처벌을 내리기도 하였음.)


그러나 이러한 억압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에 부주키는 그리스인들의 삶 속에서 더욱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았고.....더불어 부주키 음악을 수록한 음반들이 발매되면서 더 많은 청중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1940년대에는 서양 음악의 영향이 두드러지면서 부주키는 이전까지 주로 터키나 소아시아의 전통 음악 선율을 즉흥 연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서양의 장·단조 음계에 기초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이를 계기로 서양의 화음 연주에 더 적합한 네 코스 부주키가 대중화되면서 점차 전통적인 세 코스 부주키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네 코스 부주키는 테트라코르도 부주키(tetrachordo bouzouki)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그리스의 뛰어난 부주키 연주자 마놀리스 키오티스(Manolis Chiotis, 1920~1970)인데.....그가 이미 1940년대 중반에 네 코스 부주키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이 새로운 부주키가 기록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오면서 부터입니다. 그는 네 코스 부주키를 처음 도입하고, 네 쌍의 복현에 기타(guitar)와 유사한 조율법을 적용하였는데.....그 결과 오늘날 연주되는 대부분의 부주키는 이때 개량된 네 코스 부주키입니다.(마놀리스 키오티스는 부주키의 역사에서 정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인데.....필자가 부주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이 사람을 빼놓고 부주키에 대해 이야기 할 수가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부주키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음.)


또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1925~)나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djidakis, 1925~1994)와 같이 서양 음악을 훈련 받은 뛰어난 그리스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부주키를 포함시키면서.....부주키는 그리스를 넘어 전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주키 연주자들은 네 코스 부주키를 연주하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코스 부주키를 사용한 전통적 연주 스타일은 소수의 뮤지션들에 의해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현재까지도 이 두 가지 유형의 부주키가 모두 연주되고 있습니다.




한편, 1960년대 말에는 그리스 뿐 아니라 아일랜드의 음악가들이 부주키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는데.....조니 모이니한(Johnny Moynihan, 1946~)과 도날 러니(Dónal Lunny, 1947~)를 비롯한 아일랜드 전통 뮤지션들은 물론 스위니스 멘(Sweeney’s Men)이나 플랭크스티(Planxty)와 같은 아일랜드 전통 밴드들도 전통 음악에 부주키를 사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부주키는 아일랜드에서도 점차 대중적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그로 인해 현재는 아일랜드 민속 음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아일랜드에서 그리스의 대표 악기가 많은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 필자가 보기에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어쨌든 아일랜드에서 부주키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악기라는 것은 사실임.) 




이러한 아이리시 부주키(Irish bouzouki)는 구조적으로 그리스의 부주키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일반적으로 아이리시 부주키는 그리스 부주키에 비해 목(neck)이 짧고, 몸통의 뒤판이 평평하며, 조율법도 그리스 정통 부주키보다는 만돌린(mandolin)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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