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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의 탄생과 변천사

◈악기 Introduction

by ♣Icarus 2020. 2. 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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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스위스의 '팬아트' 사 에서 제작한 오목한 모양의 철판 두 개를 붙여 만든 악기인 '행' 은 윗 면을 '딩 사이드', 아랫 면을 '구 사이드' 라고 하며.....위쪽 중앙에 있는 딩이나 딩 아래에 원형으로 배열된 7~8개의 톤 필드를 쳐서 그 부분에 해당하는 기본음과 배음들이 발생하게 하면서 연주를 하는 악기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악기 '행' 의 '개념과 탄생 그리고 변천사' 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행이란 무엇인가?(개념)


행의 명칭은 베른식 독일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손'(hand) 이라는 의미와 '비탈'(hillside) 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는데.....이는 행이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이며 윗 면의 가운데 부분이 솟아 있고 측면이 비탈길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은 명칭입니다.(그냥 보여지는 그대로 정말 단순하게 지은 이름인 것 같음.)


행의 윗 면을 '딩 사이드' 아랫 면을 '구 사이드' 라고 부르는데.....딩 사이드의 중앙에는 볼록 튀어 나온 부분이 있으며 이를 '딩' 이라 하고 이 부분을 칠 때 나는 소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심음이 됩니다. 또 딩을 중심으로 하여 아랫 부분에 있는 움푹 패인 부분들을 '톤 필드' 라고 하는데.....하나의 행에는 보통 7~8개의 정도의 톤 필드가 있고 구 사이드 중앙의 열린 구멍을 '구' 라고 하며.....이곳에서 베이스 음과 배음렬의 음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행의 탄생


행은 스위스의 '펠릭스 로너' 와 '자비나 셰러' 가 제작한 악기인데 행을 처음 생산한 제작사는 '팬아트 행바우' 였고.....1999년 말 한 타악기 연주자가 '스틸팬' 을 조율하기 위해 팬아트 사의 작업실에 악기를 맡겼다가 찾으러 오면서 손에 들고 있던 '가탐' 을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스틸팬


가탐은 꽃병 모양으로 생겼으며 손으로 두드려서 연주하는 악기인데.....당시 그 연주자는 각기 다르게 조율된 세 대의 가탐을 동시에 연주하였고.....그는 좀 더 많은 소리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실에 있는 여러 가지 악기들을 직접 손으로 전부다 두들겨 보았다고 합니다.


가탐


그러던 중 작업실 창고에 한 쪽 구석에 짱박혀 있던 오목한 모양의 '금속 원판' 들도 꺼내서 시험 삼아 함께 연주해 보았는데.....그 중 한 원판에서 일곱 개의 다른 음이 나는 것을 발견하였고.....그것을 본 연주자와 동료들이 두 개의 오목한 원판을 맞대어 납작한 공 모양으로 만들어 보았던 것이 행의 시초가 되었습니다.(이런 경우를 보면 여러 새로운 물건들의 '발명' 도 그렇고 참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한 상황에서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음.)  


이렇게 우연한 상황을 계기로 만들어진 행은 음악가들 사이에서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음악가들에게 금속판을 손으로 두드리는 어찌보면 평범한 원판이 새로운 차원의 음악적 표현 도구로 사용되어 질 수도 있다는 의미있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필자가 기억하기에 처음 행이 제작되었던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켰었음.)


한편 팬아트 사에서는 최적화 된 소리를 내기 위해 정확한 두께의 철판,최적의 공명을 위한 내부 구조,두 개의 셸(shell)이 접합하는 모양 등을 연구,개발하여.....2001년 프랑크푸르트 음악 박람회에서 드디어 이 악기를 선보이게 되었고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최초 제작된 행


◈제 1세대 행(2001~2005년)


제 1세대 행은 아마추어보다는 주로 전문 타악기 연주자들에 의해 사용되었는데.....딩과 구,톤 필드 의 명칭이 생겼고...톤 필드에서는 5음 음계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개념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딩은 딩 사이드의 중앙 윗 부분이고 딩에서 나오는 음이 중심음의 역할을 하는데.....딩의 아랫 부분에는 음푹 패인 모양으로 된 여덟 개의 원이 있고 여기에서 5음 음계 배열의 8 음을 연주할 수 있게 제작되었습니다.


제 1세대 행의 색깔은 철과 비슷하며 딩의 돔(딩의 중앙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은 윤을 내서 거울처럼 비치게 되어 있는데.....세계 각지의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45 종류의 음계를 취합하여 다양한 종류의 음계를 연주하는 다양한 사운드 모델의 행을 제작하였습니다.


◈로우 행(Low Hang: 2005년)


로우 행은 2005년 제작된 행으로 더 깊은 소리를 원하는 연주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깊은 소리를 내려면 내부의 진동에 대한 보다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톤 필드를 확장하면서.....로우 행은 7~8개의 톤 필드가 있으며 딩을 F3(파),E3(미),E♭3(미♭) 음 등으로 조율하였습니다.(로우 행 중 톤 필드가 여덟 개 있는 것을 '하이 보이스' , 일곱 개 있는 것을 '로우 보이스' 라고 부름: 필자가 처음 접해보았던 행이라서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행임.)



로우 행(하이 보이스)


◈구두 행(Gudu Hang: 2004~2007년)


구두 행은 팬아트 사에서 동양의 타악기 연주자와 협업하여 만든 행인데.....'두' 는 구 사이드  있는 또 하나의 구멍을 의미하고.....에어 체임버 역할을 하는 구 안에 '덤' 이라는 나뭇 조각을 삽입하였으며.....'두' 는 필요에 따라 자석 패치로 구멍을 막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자석 패치로 '두' 의 클로즈, 오픈 을 조절할 수 있게 했던 것이 참신했었음.) 



구두 행의 두를 막은 모습(왼쪽)과 연 모습(오른쪽)


◈제 2세대 행(2006~2007년)


제 2세대 행은 2006년에 제작되었는데 좀 더 정제된 음을 낼 수 있게 개량하였으며.....금속의 표면을 세라믹처럼 매끈하게 만들었고 셸의 표면도 더욱 견고하게 하였습니다.(무릎에 놓고 세워서 연주할 수도 있게 제작 되었음: 필자가 제 2세대 행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




딩은 D3(레)음을 낼 수 있으며 톤 서클에는 7~8개의 톤 필드가 있는데.....톤 필드의 음역은 A3(라)음에서 D5(레)음 까지 이며.....'황동' 으로 만든 '림' 이 딩 사이드와 구 사이드가 만나는 접합부 가장 자리에 부착되었습니다.


2007년에 제작된 행은 이전 모델에서는 여러 종류였던 사운드 모델의 수가 줄어 들었고.....또한 톤 필드의 모양을 중앙에서 45도 휜 타원으로 만들었는데.....이는 각 톤 필드에서 발생한 진동의 교차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였고 행의 몸통 전체가 훨씬 풍성하고 안정된 울림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릎에 놓고 세워서 연주하게 만들었던 것이 좋았지만...이전 모델보다 전체적으로 더 안정된 울림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상당히 좋았음.)  


◈인티그럴 행(Integral Hang: 2008년)


인티그럴 행은 2008년에 제작되었는데.....무릎에 놓고 연주하기 좋도록 약간 타원형으로 제작되었고.....제 2세대 행보다 조금 더 어두운 색깔이며 구가 약간 더 타원형에 가깝습니다.(2007년 모델처럼 두 개의 셸 접합부에 링이 부착되었고 돔은 '래커' 로 처리되었음.)




인티그럴 행의 사운드 모델은 하나로 통일되었는데.....딩은 D3(레)음으로, 톤 필드는 A3(라),B♭3(시),C4(도),D4(레),E4(미),F4(파),A4(라)음으로 조율 되었습니다.


◈프리 인티그럴 행(Free Integral Hang: 2010년)


2010년에는 프리 인티그럴 행이 제작되었는데.....프리 인티그럴 행에서는 두 개의 셸 접합부에 있던 링이 없어졌고 일관된 조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기마다 음 높이가 미세하게 달라졌는데요.


즉 딩은 D3(레)음을 기준으로 하지만 악기에 따라 이보다 약간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였는데.....이는 제작자가 실수를 하거나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확한 음 높이보다는 딩과 톤 필드에서 나오는 음들의 전체적인 사운드 효과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이후


구발


행 구두


2013년 팬아트 사에서는 돌연 행의 생산을 중단하였는데.....팬아트 사는 행의 생산 중단을 발표하며 "행을 제작하지 않는 대신 행의 후속 악기인 '구발' 의 개발에 주력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였고.....이후 팬아트 사는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행 구두', '행 우르구', '행 게데' 등 행을 계승한 악기들을 계속 출시하였습니다.(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전 행을 더 좋아해서 생산을 완전 중단한 것은 좀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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