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집트-그리스-로마 시스트럼?

◈악기 Introduction

by ♣Icarus 2020. 2. 13. 11:01

본문



기원전 2500년 경 고대 이집트 문명의 종교 의식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타악기의 일종인 시스트럼은 아직까지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정교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주 유서 깊은 악기인데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악기 '시스트럼' 의 히스토리(기원,이집트 문명,그리스-로마 문명,콥트 교회,클래식 음악)에 대한 다양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트럼과 종교


시스트럼은 기원전 2500년 경 이집트의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었고.....이후 그리스 로마 문명과 아프리카 정교회에 까지 확산되었는데요. 사람들은 시스트럼을 연주하면 액이나 악한 기운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믿음은 4000년이 지난 현재의 종교 의식에 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물론 다른 악기들 중에도 종교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있지만...필자가 보기에 시스트럼이 가장 종교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음.)


◈시스트럼의 기원



테니스 라켓 모양 시스트럼


다른 유서 깊은 악기들처럼 시스트럼의 정확한 기원도 알기가 어려운데요.  대략 기원전 2500년 전에 어부들의 상어 낚시 도구로부터 발생하였다는 설이 있으나.....악기 분류법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의 음악학자 쿠르트 작스 의  연구에 따르면.....말레이 제도와 멜라네시아 지방 어부들이 상어를 유인하기 위해 등나무 막대를 테니스 라켓 모양으로 구부려 그 사이에 실을 매달고 코코넛 껍질을 꿰어 소리 내는 도구를 만들었고.....이 형태는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시스트럼과 흡사하다고 하였습니다.(한 마디로 낚시 를 위한 도구(악기)였다는 것인데...이 것(시스트럼)도 그렇지만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옛날 사람들도 현대 사람들 못지않게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됨.) 


이러한 형태의 악기는 20세기에 와서도 멜라네시아에 속해 있는 뉴기니섬에서 발견되었으며.....이 악기를 사람들은 '상어 시스트럼' 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집트 문명의 시스트럼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시스트럼이 쓰인 것은 이집트 고왕국 시기인 기원전 2600~2100년 경이었는데요. 시스트럼은 악기를 손으로 흔들어 연주하는 래틀에 속하는 타악기인데.....쿠르트 작스는 많은 종류의 래틀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기원한 것에 비해서 시스트럼은 특이하게도 이집트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수메르식 시스트럼


쿠르트 작스는 그 이유에 대해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수메르 문명의 시스트럼은 이집트에서 주로 사용했던 시스트럼과는 프레임의 형태가 반대였으며.....수메르 형태의 시스트럼이 발견된 지역은 시스트럼이 흔히 발견되는 지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현재까지 발견된 대다수의 시스트럼은 이집트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집트에서 발견된 시스트럼의 형태와 흡사한 것으로 보아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쿠르트 작스의 주장처럼 이집트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맞는 것 같음.) 



이집트식 시스트럼


이집트 문명에서 시스트럼은 하토르를 모시는 예배에서 맨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하토르는 머리에 소의 뿔을 이고 있는 형상을 한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이집트에서는 하토르의 모습을 본떠 만든 고대 시스트럼의 파편이 대거 발견되기도 할 만큼 시스트럼과 하토르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던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하토르 신의 예배가 열리면 '시스트라타 투르바' 라 불리는 군집의 여성들이 함께 시스트럼을 흔들어 연주하였다는 기록도 이를 뒷 받침 해주는 근거임.)



하토르 얼굴 시스트럼 파편


한편 하토르의 자녀인 이히 는 시스트럼을 연주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한 손에는 시스트럼을 다른 한 손에는 부적의 일종인 메나트를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후 시스트럼은 또 다른 이집트의 여신인 이시스 의 예배에서도 즐겨 사용되었고.....이시스는 풍요와 창조의 신으로서 나일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례 때 시스트럼을 흔들었다는 신화가 전해지고 있는데.....한편 하토르와 이시스가 서로 다른 신이 아니라 하토르가 이시스로 변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필자 개인적으로 여러 문헌들을 찾아 보았는데...'하토르와 이시스가 하나의 같은 신' 이라는 주장이 맞는 것 같음.)



이탈리아 폼페이 벽화(시스트럼 들고 있는 이시스)


이집트의 시스트럼은 동쪽 문명으로 넘어가서 아나톨리아 로 전파되었고.....아나톨리아에서 로마에까지 전파된 이시스 여신과 키벨레 여신의 예배에 쓰이게 되며.....시스트럼은 로마 문명에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로마 문명의 시스트럼


그리스 문명의 기원이 되는 기원전 2000년 경 크레타 문명의 시스트럼이 죽은 사람의 묘지에서 발견되었는데요. 당시 발견된 시스트럼은 지름이 10cm 가량 되는 흙으로 만든 둥근 프레임에 손잡이가 있고.....나무로 만든 평행한 두 개의 널 조각이 프레임을 가로지르고 있으며.....널 조각 사이에는 역시 흙으로 만들어진 원반이 느슨하게 끼워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크레타 섬 묘지에서 발견된 시스트럼


이는 실제로 연주되었던 악기가 아닌 장례를 위해 악기의 형태를 재현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무덤에서 또 다른 시스트럼과 악기들이 발굴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 시대 사람들이 죽은 이의 사후 세계에서도 음악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일부 학자들은 이 시스트럼이 죽은 어린 아이의 장난감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필자도 이 부분이 흥미로워 자료들을 찾아 보았는데...역시 대다수의 학자들이 믿고 있는 '사후 세계에서도 음악이 존재할 것이라 믿어서 시스트럼을 무덤 넣어준 것' 이라는 주장이 맞는 것 같음.)


한편 기원전 1500년 경에 미노스 궁전에서 발견된 수확용 항아리에는 27명의 남자가 행렬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양각되어 있는데.....이 중 시스트럼을 연주하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습니다.



수확용 항아리(시스트럼 연주)


한편 수확용 항아리는 풍성한 수확을 바라거나 기념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서.....항아리에 새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젊고 건강한 남성들이 짝을 이루어 다리를 높이 들고 한 쪽 팔은 가슴을 감싼 채 행진을 하거나 리듬에 맞춘 동작을 하고 있는 듯 한데.....이 남성들을 이끌고 있는 선도자는 다른 이들에 비해 나이가 든 모습이고 긴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바로 그 뒤에 시스트럼을 흔들고 있는 한 남성이 있습니다.


시스트럼을 든 남성은 홀로 망토를 두르고 있으며.....다른 남성들과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 노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이와 같은 유적을 통해 미노스 문명 때의 시스트럼은 사람들이 함께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춤추고 노래할 때 리듬을 연주하던 악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로마의 시스트럼


로마 문명에서는 이집트와 아나톨리아로부터 흡수된 이시스, 키벨레 신을 비롯한 여러 신화의 영향을 받아 시스트럼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100~200년 경 로마에는 이시스의 예배를 주관하는 사제가 있었으며.....이 사제가 사용하던 로마식 시스트럼이 존재하였는데.....로마식 시스트럼은 이시스의 사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의식 때 사제들이 연주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 동전


또한 117~138년 로마를 통치한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에 주조한 동전의 앞면에는 황제의 얼굴이...뒷면에는 시스트럼을 들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 '아이기프토스' 가 새겨져 있습니다.(필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살짝 읊어 보면...벨로스 와 안키노에 의 아들이자 다나오스 의 형제인 아이기프토스 는 최초 이집트를 정복하여 이 땅에 자기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처음엔 다나오스와의 왕권 경쟁에서 이겼지만 다나오스의 50명의 딸에게 첫 아들을 제외한 49명의 아들이 첫날 밤 잠자리에서 죽음을 당하면서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나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조용히 지내다 죽었다 함.)   


◈콥트 교회의 시스트럼


'콥트 교회' 는 이집트로부터 시작된 종교로써 콥트 교회에서 행하는 예배 때 시스트럼이 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그 중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경우 콥트교회에서 분파되어 나왔으나.....오히려 콥트 교회보다 더 시스트럼을 수세기에 걸쳐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데요.



에티오피아 시스트럼


에티오피아에서는 시스트럼을 '사나셀' 혹은 '세나실' 이라 부르며.....아프리카 남부 지역의 부족들에서도 시스트럼과 비슷한 악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과 시스트럼


시스트럼은 종교적이고 신성한 악기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와는 반대로 선정적이고 유혹적인 악기로 간주된 적도 있었으며.....그 예로 19세기 작곡가 '비제' 의 오페라 '카르멘' 의 제 2 막 시작에 나오는 노래에 시스트럼이 등장하는데.....흔히 '집시의 노래' 라고 알려져 있는 이 음악의 원제는 '시스트럼을 흔들어 울리면' 으로 경쾌하고 빠른 시스트럼의 소리에 맞춰 집시들이 춤을 춥니다.(필자는 오페라 '카르멘' 을 실제로 관람했었는데...물론 당시에는 2 막 시작에 나오는 악기가 시스트럼인지 몰랐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확실히 섹시하고 선정적이었음.)


오페라 카르멘


한편 20세기 작곡가 '존 케이지' 와 '루 해리슨' 이 공동 작업한 타악기 5중주 'Double music'(1941) 에서도 종,브레이크 드럼,공,탐탐,썬더시트 와 함께 시스트럼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