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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Introduction

쿠바 악기 봉고의 역사

by 금전(money) 종합 박물관 2020. 2. 16.



쿠바 동부에서 발생한 타악기로 아프리카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는 '봉고' 는.....1920년 대 쿠바에서 '손 밴드' 의 인기와 함께 널리 연주되기 시작하였고 1940~50년 대에는 '맘보 음악' 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봉고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데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악기 '봉고' 의 역사(기원,발생과 전파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봉고의 기원


봉고는 쿠바 동부에서 발생한 타악기로 아프리카 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인데요.(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부했었던 필자도 이 견해에 동의함.)


쿠바의 인류학자 '페르난도 오르티스'(1881~1969) 는 '봉고' 라는 명칭이 '아바쿠아' 의 비밀의 언어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아바쿠아는 아프리카계 쿠바 남성들의 비밀 단체로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의 문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비밀 단체라고 해서 나쁜 일하는 이상한 단체는 아니고...쉽게 이야기하면 종교 단체로 오히려 민간에서 숭배받고 존경받는 단체였음.) 



봉고의 발생지(쿠바 동부 오리엔테 지역)


아바쿠아에는 그 일원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 언어와 의식이 있었는데.....춤과 노래,악기 연주로 이루어지는 이 비밀 의식에서는 '본코 엔체미야' 를 포함하여 몇 가지 악기가 사용되었으며.....본코 엔체미야는 북통 높이 1m,북면 지름이 약 23cm인 아프리카의 북으로 북통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지며 밑이 뚫려있습니다.


오르티스는 봉고가 원래는 북 하나로만 연주하는 악기였다는 점,봉고의 밑이 뚫려있다는 점,초창기 봉고가 현대 봉고보다 소리가 낮고 북통이 길었다는 점에서 봉고가 본코 엔체미야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였는데요.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봉고의 생김새와 연주법이 유럽의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그러나 쿠바 동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외에는 봉고의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팩트' 입니다.(많은 자료들을 찾아 다니며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했었던 필자가 보았을 때는 오르티스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함: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90% 이상의 확률로 맞다고 생각함.)



본코 엔체미야(왼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 끝)


◈봉고의 발생과 전파(19세기 말~20세기 초)


봉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세기 말에 나타나는데.....쿠바 동부에서 발생한 춤이자 음악 장르인 손(1920년 대 쿠바의 오리엔테 지방을 중심으로 유행한 춤과 그 음악.) 의 반주 악기 중에 봉고가 있다는 내용이었고.....이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이런 장르를 연주하던 쿠바의 춤 곡 밴드들이 필요에 따라 봉고를 만들어 연주하기 시작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물론 이러한 추측이 가장 신빙성이 높기는 한데...일각에서는 아프리카인 들이 남아메리카에 노예로 끌려오기 이전에 이미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악기라고 주장하기도 함.)


손은 이르면 17세기, 늦어도 19세기에 쿠바 동부 오리엔테 지역에서 최초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19세기 말 경 본격적으로 쿠바 전역으로 확산 되었는데.....그 이유는 1880년 대에 노예 제도가 폐지되면서 쿠바 동부의 시골 마을에 있던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쿠바의 서부에 있는 수도 '아바나'  로 대거 이주하기도 하였고 또 이후 독립 운동과 독립 전쟁으로 인구 이동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섹스테토 아바네로


손 음악은 특히 1920년 대에 아바나를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손 밴드의 유일한 드럼이었던 봉고도 마찬가지로 많은 관심을 받았었는데.....당시에 봉고를 사용했던 대표적인 손 밴드로는 6 중주단인 '섹스테토 아바네로' 와 '섹스테토 볼로냐' 그리고 7 중주단인 '셉테토 나시오날' 등이 있었습니다.(20세기 초 이래로 봉고는 쿠바에서 가장 인기있는 타악기가 되었음: 이전에 필자가 포스팅 했었던 '카혼' 이 쿠바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봉고 때문이었던 것 같음.)



섹스테토 볼로냐

초기 봉고는 무릎 사이에 끼우고 연주하는 한 개 짜리 북이었으나.....손 음악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더욱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개량되었으며.....연주자들은 기존의 북에 새로운 북 하나를 더해 줄로 묶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그 이전부터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북을 묶어서 연주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두 북을 묶은 개량 악기는 처음에는 북을 연결하는 줄을 한 쪽 다리에 걸고 북 하나는 무릎 안 쪽에, 다른 하나는 몸 바깥 쪽에 두고 연주하였는데.....그러다가 보다 효과적인 연주를 위해 두 북의 거리를 좁히고 줄 대신 나무로 단단히 고정시켰으며.....두 북을 모두 무릎 안 쪽에 놓고 연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당시까지 봉고는 나무통에 가죽을 씌운 단순한 형태의 악기로 북면을 울림통에 완전히 고정했기 때문에 조율이 매우 번거로웠는데.....음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면에 열을 가하거나 봉고를 햇빛에 말려서 가죽을 팽팽하게 만들어야 했고 음을 낮추려면 북면에 물을 묻혀 가죽을 늘려야 했습니다.(진짜 너무 번거롭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는 조율법 이었는데...아래에서 필자가 또 언급하겠지만 1940년 대에 '어떤 물건' 의 개발로 이러한 조율의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지게 되었음.) 




◈봉고의 세계화(1920년 대 이후)


1920년 대와 1930년 대에 돈 아스피아수(1893~1943) 같은 연주자가 이끄는 쿠바 밴드들이 미국을 방문해 공연하면서 쿠바 음악과 봉고는 쿠바 밖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요.(아스피아수와 그의 밴드 '아바나 카지노 오케스트라' 가 미국에서 1930년 발매한 노래 '땅콩 장수' 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는데...다른 가수들도 그 노래(땅콩 장수)를 많이 불렀으나 아스피아수 밴드의 인기를 뛰어 넘지는 못했음.)


그러나 봉고가 본격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40년 대와 1950년 대에 '맘보' 라는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부터 였는데.....맘보는 1930년 대 말 경 쿠바 음악가들이 탄생시킨 장르였고 페레스 프라도(1916~1989),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1911~1970) 등이 이끄는 대규모 밴드를 중심으로 1940년 대와 1950년 대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였으며.....이들 밴드에 편성되었던 봉고도 역시 많은 관심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필자도 '맘보' 장르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맘보는 1940년~1950년 대 까지가 최 전성기 였고 이후는 다른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에 밀려났음.)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와 밴드 멤버들


한편 1940년 대에는 봉고를 편리하게 조율할 수 있는 금속 장치가 개발되어.....1960년 대 말 경부터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용되면서 위에서 언급했었던 조율의 불편함이 싹 사라졌습니다.


1963년 이전 조율 장치 없는 봉고


금속 조율 장치 있는 현대식 봉고


쿠바 음악의 인기는 1950년 대 말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지만.....20세기 전반에 이미 쿠바의 음악 장르와 리듬이 재즈와 록을 포함한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그 영향으로 봉고를 비롯한 라틴 타악기를 연주하는 '퍼커셔니스트' 들이 엄청나게 많이 증가하였는데요.(필자도 시간나면 봉고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음.)


1970년 대에 살사 음악이 크게 유행하면서 봉고는 콩가(툼바도라),팀발레스 와 함께 또 다시 중요한 리듬 악기로 편성되며 다시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늘날 까지도 봉고는 콩가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쿠바의 드럼으로 손꼽히고 있으며.....손,살사,볼레로 등 라틴 음악 장르 뿐 아니라 재즈나 팝 등 매우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에드가 바레즈(1883~1965),카를 오르프(1895~1982),피에르 불레즈(1925~2016),스티브 라이시(1936~) 등 20세기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도 작품에 봉고를 편성하기도 하기도 하였는데요.(다른 음악에서 사용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봉고가 클래식 음악에서 사용된다는 것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의외였고 처음 알았을 때 놀랐었음.)


20세기 이후의 대표적인 봉고세로(봉고 연주자) 로는 쿠바의 아르만도 페라사(1924~2014),몽고 산타마리아(1917~2003),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호세 망괄(1924~1998) 과 로베르토 로에나(1940~),미국의 잭 코스탄조(1919~) 등이 있습니다.